장비 뽐뿌에 대한 소고(小考)
가끔 그런 글을 본다.
내가 이러이런 바디와 렌즈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무슨 렌즈를 더 추가하면 좋겠는지 묻는 글이나.
혹은 이것들을 다 정리하고 단촐하게 이 바디와 저 렌즈 하나로 가면 어떨까? 묻는 글 같은.
나는 본래 귀가 얇아서 잘 혹하는 성격이지만.
뭔가를 사고자 하게 되면…(이른바 지름신이 강림하면)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자의 평가를 비롯해 각종 항목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딱 맘에드는 제품만 구매하는데.
의외로 그렇게 따져보는 동안 하나도 맘에 드는게 없어서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잊고 있다가 또 다시 어떤 계기가 되어 다시 따져보다
그사이 새로나온 신제품이라던가…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으면 또 미련없이 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접사용으로 쓸 삼각대를 구입 못하고 있다….쩝)
쌩초보가 1ds mk2에 24-70에 70-200is 200.8L 같은걸 구입한다는 글을 보면.
사실 배가 아프지만… 배아픈건 배아픈거고 “그렇게 비싼건 안사도 되여” 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장비는 자기 능력내에서 자기 맘대로 사면 될일이지.
그걸 남이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초보가 마미야 zd 를 쓰건 말건 1ds mk2로 딱지치기를 하건 밥을 말아먹던.
남들이 참견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뭐 니콘 d2x 에 짜이즈 zf 85.4를 샀는데 왜 AF가 안되냐는 글이라거나
70-200is가 좋다길래 샀는데 왜 내 콘탁스N디지탈에 마운트가 안되냐는 글이더라도.
젠장~ 그딴거도 모르는 주제에 그걸 왜 샀느냐고 화낼 일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하긴 그런 글 자체가 사실은 자기 자랑 이상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
단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단지 모르기 때문에.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의외로 그런 주제넘은 참견글을 많이 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전엔 장비 뽐뿌를 꽤나 받았던거 같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다 가지고 싶었다고 할까?
남들은 70-200is 이른바 아빠백통. 엄마백통. 애기백통….좋다고들 하는데.
난 전혀 갖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어봐야 절대 쓸 일이 없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니콘을 쓸때 af-s 80-200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 구입후 테스트삼아 한번 가지고 나갔던 이후
8개월동안 아예 집밖으로 가지고 나가질 않아서…팔아버리게 되었다.
(그거 팔아서 모니터사서 잘쓰고 있다..ㅎㅎ)
예전에 10d에 28-70을 쓸때. 렌즈가 28-70 하나 밖에 없어서 왠지 쪽팔리기도 하고
왠지 답답하기도해. 백마를 하나 사봤다.
결국 그거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팔았다.
d2h를 쓸때 내 렌즈군은 사실상 완성된 상태였고.
그 구성이면 내가 찍는 99.5%를 다 소화할 수 있는 구성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렌즈를 추가할 이유가 전혀 없어서 렌즈 뽐뿌를 받은 적이 없는거 같다.
주력 85.4 + 스냅 18-70 번들 + 풍경/광각인물 토키나 12-24 + 안써도 가지고 있는 50.8
그런데 아는 형님이 니콘 장비를 처분한다고 하는데
그중에 af-s80-200 이 있었고. 깨끗한 놈이었는데 남주기가 좀 아까워서.
가지고 있으면 쓸일이 생기겠지.(공급이 수요를 창출) 하는 마음에 인수를 해왔는데.
이게 앞서 말한대로 1번 테스트 하고 들어온 이후 8개월동안 집밖에 나가보질 못했다.
그때. 난 더이상 렌즈를 추가할 이유가 없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주력 135L + 스냅 50.8 + 풍경/광각인물 탐론17-35 가 됐다.
70-200 is 든 16-35L 이든 솔직히 지금 조금 무리를 하면 구입하지 못할 것도 없다.
몇백만원 짜리도 아니고 그정도는 구입할 능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빈도상 스냅과 풍경/광각인물은 보조적이라고 할까 부가적이라고 할까…
암튼 주력하는 화각은 아니다. 많아야 전체 샷의 10~20%정도..
그정도 사용빈도에 더 이상의 투자는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부터 주력화각 하나는 좀 투자를 하고 나머진 적당히…였다.
사실 지금 누가 결혼식 스냅촬영이라도 해달라고 하면….렌즈가 없어서 촬영 못한다…ㅎㅎ
(28-70은 살까 말까 고민중이긴 하다. 스냅은 줌이 편하긴 한데…)
아무튼….각설하고.
보통 장비 뽐뿌를 받는 걸 보면….
외부로부터 받게 된다.
누가 어떤 렌즈를 써서 찍은 사진을 보니 아 좋더라
내 서드파티렌즈보다 역시 L 이야…L쓰면 더 좋아지겠지? 라거나
아 역시 광각이 필요해…다들 16-35L이 좋다고들 하니 이걸로….라거나..
하는 식으로 뽐뿌가 외부에서 오고 자신은 그걸 정당화시키는 형태로 발전한다.
그러한 뽐뿌는 결국 안쓰는 장비의 양산이나 잦은 구입방출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다보면….오늘 장비를 합산해보니 천만원이되었네요….
이걸로 세탁기랑 TV 바꾸고 마누라랑 여행이나 다녀올려구요…하더라.
그리고 단촐하게 바디하나 렌즈하나 남긴다…
다시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 렌즈들을 하나하나 추가하고 있다.
그러면 또 언젠가 다 팔아서 마누라랑 여행가겠지.
안쓰니까 본전생각나고 본전생각나니 팔게 되고 없으니 또 아쉽고 아쉬우니 다시 사고 사니까 안쓰고….
반복되는게다…
결국 지가 필요해서 사는게 아니라서 그렇다.
아무리 좋은 렌즈가 있어도 지가 안쓰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럼에도 초반에 헤매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필요한 화각이 뭔지.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첨에야 뭐든지 찍어 보고 싶다.
하지만, 왠지 현재 가진 것으로는 부족한 느낌에 이것저것 구입하게 되고.
기왕 구입하는거 잘 모르니까 남들이 좋다는걸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가 뭐가 찍고 싶고 뭘 주로 찍게될지 알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저것 사서 직접 써보고서야 뭐가 자기에게 맞는지 결정된다고 할까.
사실 표준단렌즈 하나면 못찍을 것이 없다지만 못찍을 것이 없는 것과 좀더 특화된 것은 다르다.
뭐 뽀대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만..
표준줌은 용도도 인물, 풍경, 스냅, 접사…어떻게든 사용가능해 많이 들 쓴다.
하지만 다 좋다는건 전부 최고는 아니다 라는 얘기도 된다.
일단 줌 이라서 화질이 단렌즈들 보다 떨어지고.
인물에선 소위 인물렌즈 급의 단렌즈 보다 떨어지고.
풍경에선 광각이 아쉽기 마련이다.
접사는 마크로렌즈에 비할바가 아니며
스냅은 50mm 와 삐까삐까다.
원래 렌즈들은 다 그렇다. 이것을 위해선 저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 이것저것 다 할려면 결국 이것저것 다 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인게다.
장비의 가격은 고급형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비싸지고
저가형으로 갈수록 완만히 싸진다.
즉 보급형 장비의 가격차는 적고 고급형으로 갈수록 가격차가 커진다.
350d 와 30d의 가격차 보다 30d 와 1dsMk2 의 가격차가 훨씬 크다.
어떤 제품이든 그렇다. 보급형의 가격차는 적고 고급형은 오를수록 가격차가 크다.
가격대 성능비는 보급형에서나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부족한 1%를 가졌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1%는 일반 사람들에겐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그 1%를 일반인은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1%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사람에겐 꽤나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 지금은 1%를 체감할 수 없지만.
계속해 경험을 쌓다보면 체감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모르지만 남의 얘기를 듣고 사고 싶어지든.
지금은 모르지만 언젠가 그 1%를 체감하고 싶든.
무조껀 비싼게 좋아보여서 사고 싶든.
어떤 이유로 어떤 장비를 사건 …
그건 남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슈퍼마켓에서 1200원짜리 십칠차 를 사서 마시건 500원짜리 생수를 사서 마시건
다른 사람이 참견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이 일반 생수와 현미녹차, 보리차와 둥글레차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하더라도
그중 어떤 것을 마시건 그건 당신의 선택인 것인 것처럼
남들이 어떤 카메라와 어떤 렌즈를 사건 그건 당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더더구나 거기에 대해 당신은 초보니 그런거 필요없다거나.
내공이 쌓이면 좀더 좋은 걸 사라거나 하는 얘기는 더더욱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솔직히 배가 아프거나 잘난 척 하는 꼴이 재수없다면
걍 개쉑~ 하고 속으로 욕하고 모른척 하면 될 일이다.
bada